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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이 늘어난 게 아니라 조기 사망이 줄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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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1-06-15 |
조회 | 44614 | ||
“수명이 늘어난 게 아니라 조기 사망이 줄었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치매클리닉 김 성윤 교수
누구나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살다가 고통 없이 죽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기 시작한 요즈음 특히 "치매 안 걸리고 살다 가야지"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십니다. 치매에 걸려 점차 뇌기능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잃어가며, 가족들도 매우 고생하는 과정을 주변에서 많이 보아 오셨기 때문에 그럴 겁니다.
옛날에 비해 인간 수명이 늘어나서 치매도 늘어난 것일까요? 누구나 오래 살게 되면 치매는 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과정일까요? 의학 지식이 매우 발달된 현대에도 사실 이 문제에 대하여는 아직 확실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어설프게 답을 내 놓는 것 보다는 우리가 한번쯤 고민해 볼 만한 "생각거리"만 드려 볼까 합니다.
옛날에 비해 현대인의 수명이 늘어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습니다. 생물로서의 인간의 수명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며, 단지 조기 사망이 줄었기 때문에 평균 수명이 늘어나 보일 뿐이라는 거지요. "아니, 무슨 소리? 100, 200년 전에 50세, 60세 밖에 살지 못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80, 90까지 사는데 수명이 늘어나지 않았다니?" 라고 생각이 얼핏 들지만, 수 천 년 전에도 질병이나 사고만 아니라면 80, 90세까지 살았다는 것은 동서양의 고대 문헌에 잘 나와 있습니다. 위생과 안전, 영양, 문명 발달 등으로 인해 제 수명을 채우지 못하게 만든 많은 요인들 - 질병, 사고, 전쟁, 영양 실조 등- 이 점차 줄어들면서 인간이 “제 수명 만큼” 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지, 수명 자체가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이야깁니다.
제 수명까지 사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과 최근의 치매 환자가 늘어난 것이 관련이 있을까요?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고령은 치매의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고령으로 갈수록 치매 환자의 비율이 늘어납니다. 그러나 이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90세 넘어서도 인지기능에 전혀 문제가 없는 분들도 있는가 하면, 반대로 50대 초부터 신경퇴행성 치매가 시작되는 경우도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치매는 곧 노화의 결과라고 이야기 할 수 없으며, "질병으로서의 치매"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모든 동물은 다 자신의 주특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곰의 앞발, 코끼리의 덩치, 치이타의 속도, 악어의 턱, 개의 후각 등이지요. 인간에게는 지능과 언어능력이 주특기 입니다. 아니, 이런 것들은 특기라기 보단 없어서는 안 되는 “생존기술” 입니다. 사슴 새끼가 태어나 자기 발로 뛰어다닐 수 있게 되기까지 몇 달씩 걸린다면, 모든 사슴 새끼들은 포식자에게 잡아 먹히고, 사슴이라고 하는 생물은 살아남지 못했을 겁니다. 인간에게는 달리기 능력보다 두뇌가 훨씬 중요합니다. 태어나자마자 그 기능이 발휘되는데, 어려서는 외부로부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중요하고, 나이가 들면 받아들인 내용의 해석과 조화 능력이 중요합니다. 젊은이는 학습이 중요하고, 노년에는 지혜가 중요하다는 이야기겠지요. 노년에서 더 이상 필요 없게 된 "학습 능력의 기관 (뇌)"의 기능이 저하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여기서 나옵니다.
모든 살아있는 것에는 다 수명이 있듯이, 뇌에도 수명이 있어서 고령에 이르면 누구나 기능 정지 상태 (치매)가 올 수 밖에 없다는 비관론처럼 들릴 지 모르겠습니다. 제 의견은 오히려 그 반대로 긍정론입니다. 인간 본래의 수명을 방해하는 온갖 것들, 즉 질병, 전쟁, 기아, 재난, 유아 사망, 사고 등을 점차 제거해 나가는 활동의 결과 인류의 평균 수명이 길어진 것처럼, 뇌 기능의 수명 단축을 유발하는 요소를 하나씩 제거하는 것은 어쩌면 치매 예방의 지름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독성 물질 (알코올, 흡연), 혈액 공급 저하 (운동 부족, 비만, 고지혈증, 당뇨, 고혈압), 대뇌 활동의 중지 (고립된 생활, 개인화, 정서적 교류의 부족, TV 등 수동적 뇌활동) 등을 점차 줄이고 제거해 가는 것이 어쩌면 “대뇌 수명 제대로 다하기”의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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